M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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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는 어찌하여 신들의 은총으로 충만한 저 산을 오르려 하지 않고, 고통으로 가득 찬 골짜기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 단테, 그대는 부질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소. 그대의 영혼이 겁에 질려 연약하게 되어 마치 그림자를 잘못 보고 당황하는 짐승처럼, 하고자 하던 일을 되돌려서는 안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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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에게 친절하십시오. 그러나 그들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지는 마십시오.

    • 인생을 즐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좋아하는 대상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환멸을 피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좋아하는 대상에 파묻히지 말아야 한다. 대상을 좋아하되 파묻히지 않으려면, 마음의 중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의 중심은 경직되어서는 안 된다. 경직되지 않아야, 기꺼이 좋아하는 대상을 받아들이고, 또 그 대상에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얼굴 앞에서 거스를 수 없는 슬픔을 느끼니까. 너의 이야기에 내가 슬픔을 느낀다는 사실이 너에게 또다른 수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은채로.

    • 우리는 늘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편린으로 남아 있는 기억들. 그것에 살을 붙이고 의미를 만드는 것은 결국 개별 존재들의 몫인 것이다.

    •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 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그러나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

    • 설사 상대방이 가진 것에 매혹되면서 관계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그 관계가 상대방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이해로 돌이킬 수 없이 깊어질 때에만,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 다만 그리웠을 뿐입니다. 내 곁에 앉아 있지 않은 당신의 손등이, 연한 갈색 피부 위로 부풀어오른 검푸른 정맥들이.

    • 그리고 나는 자주 바란다고 말하고 믿는다고 말한다. 예컨대 당신의 건강을 바라고 사람의 선의를 믿고 굳이 희망하는 마음을 나는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겠다는 믿음 말고, 희구하며 그쪽으로 움직이려는 믿음이 아직 내게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 내게 있으니, 사는 동안엔 내가 그것을 잃지 않기를.

    •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스스로 자신의 모험이라는 말에 인장을 맸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스스로 방향을 잡아 말을 달린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환상일 뿐임을. 그 모험들은 어쩌면 전혀 우리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외부로부터 부과된 것임을. 그 모험들은 전혀 우리를 특징지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그 모험들의 기이한 흐름에 전혀 책임이 없음을. 그 모험들 자체가 알 수 없는 어떤 이상한 힘에 의해, 알 수 없는 어떤 곳에서부터 다른 어디로 향한 채 우리를 이끌어 간다는 것을.

    •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뜨거운 사막 위를 뛰어다니고 있었을 뿐이라는 느낌이다.
      그때의 일들은 이미 현실감을 잃어 마치 그런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을 최상의 상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6개월 전의 자신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 사람은 서로 만나고 힘을 보태고, 그리고 강해진다. 그러한 세상살이 속에 사람은 결코 외톨이도 고독한 존재도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인생이 갑자기 아름다워진다. 오누이는 하상사의 왼팔이 되어 줄 것이며, 하상사는 오누이의 부모가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신비한 마법을 보듯 멀어지는 손수레를 오래오래 바라보았다.

    • 샨츠는 메일을 읽었다. 짧았고 아마 그래서 울지 않을 수 있었다. 냉장고에 기대 앉아, 하스를 쓰다듬으면서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손깍지에 차오르는 부드러움과 골골거림만이 주위 가득 아주 잠시. 바닥이 미세하게 울려오고 눈높이보다 높이 떠다니는 고양이 털. 지속되는 냉장고 진동, 베란다의 걸레 냄새. 식탁 위에 오렌지. 샨츠는 신체에서 삶이 잘려 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피가 흐르듯이 샨츠의 얼굴에서 표정이 지어지기도 전에 너무 빠르고 너무 많은 감정들이 흐느끼며 기억과 미래의 틈새에서 멸망하고 있었다. 샨츠는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 경찰로서 지켜야 할 암묵적인 규칙, 마지막 선을 절대 이해 못하는 인간이 있다. 구제할 길 없는 놈들과 내내 맞서는 동안 감각이 마비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일이다. 윤리는 개한테나 던져주라고 생각하는 동료도 많다. 나 역시 털면 먼지가 나올 인간이다. 그래도 마지막 선이라는 게 있다. 때로는 그것을 잊을 때도 있고, 각오하고 뛰어넘을 때도 있다. 처음부터 그 선을 알지 못한다면 그런 인간은 경찰로 있어서는 안 된다.
      - 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도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 모순, 양귀자

    • 연애의 지속은 연인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셀 수 없이 이해가 안 되는 순간들을 겪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좋아하기 때문에 곁에 머무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서 놀라운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가며 요령을 익혀 가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당신은 이렇게 느끼고 행동하고 말하는구나,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게 당신이구나, 하고 인식하는 것이다.

    • 찾아가는 말로써 오늘 제가 먼저 가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만 대화란 항상 의외의 방향으로 나가 버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로써 알리는 바입니다.
      간단히 쓰겠습니다.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옛날의 저를 오늘의 저로 끌어다 놓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할 작정입니다.
      - 무진기행, 김승욱

    • 잠깐이지만 우주의 아름다움을 엿보고 갈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이걸 다시 보려면 억겁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 거야.
      - 작별인사,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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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씹덕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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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배, 다시 한번 손을 잡아주실래요?